페이팔도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 페이팔은 3월2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페이디언트 인수 사실을 발표하고 ‘페이팔히어’에 NFC 결제 기능을 덧댈 계획을 밝혔다. <리코드>는 페이팔이 인수가로 2억8천만달러(3086억원)가량을 썼다고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페이디언트는 모바일 지갑 솔루션 회사다. 유통업자가 자기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안에 결제기능과 쿠폰 기능을 손쉽게 덧붙이는 기능을 제공한다. NFC나 QR코드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기능을 앱에 넣을지 결정하는 쪽은 유통업자다.
페이디언트는 전자결제 콘소시움 커런트C에 모바일 지갑 플랫폼을 제공한다. 커런트C는 애플이 애플페이로 모바일 결제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을 우려해 월마트와 타겟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가 뭉친 조직이다. 이들 때문에 애플페이는 아직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들어가지 못 했다. 커런트C에 결제 기술을 제공하는 페이디언트를 인수함으로써 페이팔은 애플페이 반대 진영 깊숙히 자리했다.
페이팔은 같은날 NFC 결제 기능을 덧댄 휴대용 카드결제단말기(POS) 페이팔히어를 올 여름까지 영국과 호주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는 올해 말까지 새 페이팔히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댄 슐만 페이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지명자는 인수 발표문에서 “페이디언트 플랫폼을 이용해 페이팔 회원사가 자체 모바일 지갑을 만들어 고객 관여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800조원 시장, 모바일 결제를 노린다
지난해 가을 애플이 모바일 지갑과 결제 기능을 녹여 넣은 애플페이를 내놓은 뒤, 걸출한 IT기업이 속속 모바일 지갑 시장에 뛰어든다. 구글은 지난 2월 미국 주요 통신사와 구글월렛을 스마트폰에 선탑재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또 이들 통신사가 꾸린 모바일 결제 서비스 소프트카드를 사들였다. 삼성도 어제 MWC에서 ‘갤럭시S6′ 등 새 제품군을 발표하며 자체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선보였다. 삼성은 마그네틱 결제 기술을 지닌 루프페이를 인수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삼성페이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NFC 결제처럼 기존 POS를 바꾸지 않아도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삼성페이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모바일 결제에 뭇 기업이 군침흘리는 이유는 사용자와 만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일단 폭넓은 사용자 접점을 확보하면 그걸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무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공하면서 뒷단에서는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꾸린 것이 그 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면 지금 신용카드 회사가 하듯 사용자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다른 사업모델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돈이 흐르는 길목을 차지해 외부 업체에 주던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건 덤이다.
시장 조사회사 가트너는 2017년께 세계 모바일 결제액이 7210억달러, 우리돈 794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2013년도 국내총생산(GDP) 7452억달러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 시장을 차지하려는 총성 없는 전쟁이 지금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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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자결제 시장 현황 (조사: 가트너, 출처: Stati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