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와 ‘KBS 차정인기자의 T타임’이 함께 하는 테크쑤다, 이번주는 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재테크 이야기가 아니라 모바일결제입니다.
물건을 사고 스마트폰으로 돈을 내는 세상, 어디까지 생각해보셨나요? 이미 하고 계신 분도 있을 수 있겠군요. 우리나라는 교통카드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태그로 돈을 결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대부분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그리고 그 안에서 자판기로 음료수를 사 마시는 정도의 작은 결제입니다.
하지만 모바일결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이미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고 지문인식으로 보안을 확인하면 곧장 돈을 낼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술은 분명 우리의 상거래 환경을 바꿔놓을 겁니다.
‘전자 결제가 안전하긴 한가’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보안, 해킹 같은 우려도 많이 하실 겁니다. 그런데 음식점에서, 가게에서 신용카드를 점원에게 건네주는 건 괜찮으신가요? 신용카드 위에 쓰여 있는 정보를 앞뒤로 사진을 찍어 놓으면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 번호 그리고 이름과 서명까지 간단히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마그네틱은 티 나지 않게 복사하는 데 1초도 안 걸립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에 넘겨주면서 내 이름을 부른다면 섬찟할 수도 있을 겁니다. 모든 결제 수단은 복제, 해킹의 위험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보안이 위험해서 못 한 건지, 하기 싫어서 안 한 건지 판단이 참 어렵습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애플페이’로 꽤나 활기를 띠고 있지요. 은행과 카드사, 정부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고 애플을 중심으로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만든 것이 바로 애플페이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미국 신문들을 같은 날 발표한 ‘아이폰6′와 ‘애플워치’보다 애플페이에 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미국은 이미 ‘페이팔’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바 있습니다. 이제 페이팔은 미국의 거의 모든 전자상거래에서 신용카드 번호나 계좌번호 없이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 회사를 세운 엘런 머스크는 페이팔로 큰 돈을 벌어 요즘 가장 뜨거운 ‘테슬라’ 같은 회사를 세우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장이 큰 가능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지요.
중국도 꽤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중국 상거래를 꽉 쥐고 있는 알리바바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알리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으로도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결제 수수료까지 집어삼킨 것이지요. 알리페이 이용자가 8억명에 달한다고 하니 이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금융 시장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 알리페이는 국내에서 하나은행과 제휴를 맺고 항공사, 면세점 등 이미 400여개 가맹점을 내고 중국 여행객들의 결제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ibcut3n2Nuk&feature=youtu.be
반면 국내에선 전자금융에 대해 두려움과 우려가 더 커 보입니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같은 시스템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건을 사고 싶어도 돈을 내는 방법이 너무 어려워서 못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외의 결제 시스템이 들어오는 것도 쉽사리 허락하지 않습니다. 일명 ‘천송이 코트’로 규제가 조금 풀어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이 국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오래 묵은 이야기지만 해법은 해외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대사관에서 공인인증서를 발급해주는 것 정도로 ‘할 수는 있게’ 해주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금융과 관련된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그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지만 금융감독위원회를 비롯한 금융 업계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결제 관련 규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현실성이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핀테크 관련 기업이 나오려면 신용카드 번호를 보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불가’에서 푼 것이 ‘자본금 400억원’을 갖고 있고, 자체적으로 부정거래방지시스템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 카드 번호를 서비스에 합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본금 400억원을 가진 회사가 스타트업인가요? 당장 이 시장은 대기업에 쏠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결국 해외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이게 국내에 슬슬 들어올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시장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6개 신용카드사가 손을 잡고 ‘삼성월렛’을 시작합니다. 국내에선 이미 2011년에 애플페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정부부처부터, 스마트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결제대행사까지 붙어 이권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됐던 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다 마련된 기술을 조화롭게 운영하고, 또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과 발을 맞추는 흐름을 따르는 일입니다. 정말 그 결제 시장을 우리가 갖고 싶다면 같은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할 시간이 없습니다. 규제로 막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